정규직은 아니지만 일을 안 했던 것도 아니다.
기간제 교사, 계약직 사무보조, 단기 프로젝트 인력, 아르바이트 매니저 등
수많은 사람들이 비정규직 형태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채용 시장에서 이들의 경력은 정규직보다 한 단계 아래의 평가를 받는다.
더 나아가, ‘일은 했지만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모순에 부딪힌다.
이 글에서는 비정규직 경험만 가진 사람들이 왜 재취업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지
그리고 그 구조가 구직단념자로 이어지는 과정을 4가지 측면에서 분석한다.
경력의 격차는 노동력의 질이 아니라, 사회가 정한 틀에 맞췄느냐의 문제일 수 있다.
“구직단념자가 된 이유, 비정규직 경력은 왜 인정받지 못할까?”
많은 기업에서 비정규직은 인력이 부족하거나,
한시적인 업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대체 인력’ 개념으로 쓰인다.
즉, 조직 내 중심이 아닌 주변부 업무를 담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계약직 사무보조는 주로 단순 입력이나 서류 정리, 고객 응대 같은 반복적 작업을 맡으며,
정규직 기획자나 관리자는 전략과 결정권이 있는 핵심 업무를 수행한다.
문제는 재취업 과정에서 이 같은 업무 분리가
‘비정규직은 책임과 판단이 없는 보조 인력’이라는 인식으로 굳어지면서,
재취업에서의 평가절하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구조는 실제 구직단념자들 사이에서 자주 거론된다.
“일은 했는데, 이력서에 써도 면접에선 물어보지 않더라”,
“비정규직 경력이라고 하면 그저 ‘경험은 있는데 깊지 않다’는 반응을 받는다.”
경력의 깊이보다 고용 형태가 우선적으로 판단되는 이 채용 문화가,
비정규직 출신의 재도전 가능성을 극도로 낮추고 있다.
“구직단념자 경험자들, 왜 비정규직 경력은 공백으로 취급되나”
실제 현장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가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같은 프로젝트에서 회의에 참여하고, 자료를 만들고, 외부 협업도 수행하며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역할은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이직을 시도할 때는 문제가 생긴다.
국가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채용에서는 고용 형태 구분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재직 당시 소속(용역 포함)’이나 ‘직접 고용 여부’ 등은
지원자의 경력을 서류 단계에서 탈락시키는 필터가 되기도 한다.
또한 일부 기업은 비정규직 경험을 ‘공백’ 또는 ‘비공식 경력’으로 분류하며
경력 연차 계산에서 제외하거나,
자기소개서 항목에 아예 기입조차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같은 업무를 하고도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구조는
비정규직 경험자에게 반복된 무력감을 안겨준다.
그리고 이 반복은 결국 "나는 이제 어디에도 쓸모가 없다"는 자포자기의 심리로 이어지게 된다.
“비정규직 출신 구직단념자, 채용 기준 앞에서 다시 탈락하다”
구직 사이트를 보면 ‘경력 2년 이상’, ‘정규직 경력자 우대’라는 문구가 매우 흔하다.
문제는 이 문구가 사실상 비정규직 경험자들을 사전 탈락시키는 구조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년간 계약직으로 운영 업무를 담당했던 사람도
정규직 경험이 아니라는 이유로 ‘경력직’이 아닌 ‘신입’ 카테고리로 분류되며
이력서 첫 줄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또한, 공고 자체에 명시된 필수 조건이
정규직으로서만 수행 가능한 업무 경험일 때가 많다.
예: “예산 편성 및 결산 경험”, “프로젝트 리딩 경험” 등은
비정규직이 수행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적 장벽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비정규직 출신 구직자에게
“내 경험은 기업이 원하는 형태가 아니다”는 좌절을 학습시킨다.
그리고 그 좌절이 구직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구직단념자의 자기효능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 비정규직의 심리적 피로”
단순히 재취업이 어렵다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무너지는 심리적 구조에 있다.
비정규직으로 오래 일하다 보면,
구직 과정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 자체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력서에 쓸 수 있는 실적은 제한적이고,
면접에서 이야기할 프로젝트 리딩 경험도 없다.
이로 인해 “나는 특별히 말할 게 없는 사람”이라는 무형의 자기 검열이 시작된다.
게다가 주변에서는 “너도 빨리 정규직으로 가야 하지 않겠냐”는 압박이 뒤따른다.
그 말은 격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금 너의 상태는 실패한 것”이라는 사회적 낙인으로 작용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의 붕괴라고 설명한다.
계속해서 ‘불인정’을 경험하면,
결국 어떤 시도도 “어차피 안 될 거야”라는 무력함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무력함은 구직단념자라는 상태로 굳어진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실제로 일한 경력과 역량이 평가받지 못하는 구조는
대한민국 채용 시장이 여전히 ‘형태 우선주의’에 머물러 있다는 증거다.
같은 업무, 같은 노력을 했더라도
정규직이 아니면 경력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회는
비정규직 출신 구직자에게 이력서조차 쓰지 못하게 만든다.
지금 필요한 건 단순한 공고 수 확대가 아니다.
경력을 평가하는 방식의 전환,
즉 ‘어떤 고용 형태였냐’가 아니라 ‘무엇을 했고, 얼마나 기여했는가’로 바뀌는 기준이다.
이 기준이 바뀌지 않는다면,
수많은 ‘일을 했지만 경력 없는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구직을 포기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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