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구직단념자가 증가하는 이유를 ‘일자리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장의 청년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공고는 존재한다.
다만 그 공고들이 요구하는 ‘경력’, ‘스펙’, ‘태도’, ‘멀티 역할 수행 능력’은
신입 구직자에게 사실상 도달 불가능한 수준이 되고 있다.
즉, 문이 닫힌 게 아니라, 문턱이 너무 높아진 사회가 문제다.
이 글에서는 구직단념자 증가의 진짜 원인이
‘일자리 수 부족’이 아니라 ‘채용 기준의 과잉과 복잡화’에 있다는 현실을
통계와 심리, 제도적 맥락을 통해 4가지 문단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이 과도한 기준이 어떻게 청년의 자존감과 선택지를 무너뜨리는가를 조명한다.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라, 일자리에 접근할 수 없는 구조”
많은 청년 구직자들은 구직 포털에 접속할 때마다 ‘생각보다 공고가 많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실상은 그 공고의 조건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데에 문제의 본질이 있다.
예를 들어 신입을 뽑는다면서도 “경력 2년 이상 우대” 또는 “포트폴리오 10개 이상 제출”을 요구하고,
마케팅 직무임에도 “영상 편집 가능자, SNS 기획·운영 경험 필수, 엑셀 활용 능숙자” 등
‘한 사람에게 다 해내기를 요구하는 만능형 채용 트렌드’가 고착되어 있다.
이처럼 한 공고 안에 수많은 요건을 담아놓는 방식은
결국 대다수의 신입 구직자들을 사전 탈락시키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구직단념자의 61%가 ‘자격 부족 또는 경쟁률 부담’을 포기 이유로 꼽았다.
단순히 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존재하는 자리에 자신이 도전할 자격이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 청년은 스스로를 노동시장 바깥으로 밀어내게 된다.
이러한 비현실적 기준의 누적이 구직 시도 자체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이다.
“기업의 ‘리스크 회피형 채용’이 청년을 탈락시키는 또 다른 이유”
기업의 채용 기준이 까다로워진 배경에는
코로나19 이후 고용 유연화, 비용 절감, 채용 실패 리스크 회피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단 뽑고 교육하자’는 문화가 있었다면,
지금은 ‘잘못 뽑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채용 전부터 완성형 인재를 찾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이는 특히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더 심화된다.
교육 시스템이 부족한 만큼, 최소한 ‘당장 투입 가능한 사람’을 선호하게 되고,
그 결과 신입 구직자는 ‘교육 대상’이 아니라 ‘업무 즉시 대응 가능자’로 변질된 채용 기준 앞에서 밀려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원 자격은 높아지고, 청년의 자기검열은 심해진다.
이력서를 열기도 전에 “이건 나한테 무리야”라고 판단하고 닫는 청년들이 많아진다.
이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구직 포기의 시작점, 즉 구직단념자의 초기 심리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기대좌절이론(Expectation Disconfirmation Theory)’으로 설명한다.
기대했던 수준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클수록 포기 확률이 높아진다.
지금의 채용 환경은 그 괴리를 극단적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기준은 높아지는데, 준비할 시간과 기회는 오히려 줄어든다”
여기서 중요한 역설이 하나 있다.
채용 기준은 점점 더 정교하고 복잡해지는데,
정작 구직자가 이를 준비할 시간과 기회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에 6개월~1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등록금·생활비·가족 부담 등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청년들이 졸업과 동시에 생계에 내몰리게 되며,
‘스펙 준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선택이 된다.
게다가 정부의 지원 정책은 여전히 ‘교육 프로그램 제공’에 머무르고 있다.
구직단념자에게는 스펙을 쌓는 시간보다 당장의 월세와 밥값이 더 절박한 상황인데,
정부는 “재교육을 받고 오라”고 말한다.
결국 현실과 괴리된 지원 체계 속에서 청년은 스펙도, 기회도, 자존감도 잃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런 구조적 배제는 결국 “나는 이 구조에서 버려진 존재”라는 인식으로 이어지고,
그 감정은 노동시장 탈락 → 자존감 하락 → 사회적 위축 → 장기 단념화로 연결된다.
즉, 과도한 기준은 청년의 시간, 기회, 감정까지 모두 빼앗는다.
“지금 필요한 건 채용 기준의 ‘간소화’와 심리적 문턱의 낮추기”
그렇다면 구직단념자의 증가를 줄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할까?
가장 먼저, 채용 공고의 언어를 바꿔야 한다.
지금처럼 “즉시 실무 투입 가능자”, “멀티 능력 보유자”라는 표현 대신
“경험이 부족해도 배울 의지가 있는 분”, “1가지 역량만 있어도 괜찮습니다” 같은 문구로
심리적 장벽을 낮춰야 한다.
두 번째로, ‘예비 인재를 기르는 채용’으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기업은 완성형 인재를 찾기보다,
성장 가능성과 태도를 기준으로 선발한 후, 사내 교육을 통해 역량을 키우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조직 충성도와 재직 유지율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단순히 취업 지원금이나 직무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구직단념자의 심리 상태, 자기효능감, 사회적 연결 회복에 중점을 둔 통합 지원 정책을 운영해야 한다.
정책의 방향은 기술이 아닌 존재의 회복이어야 한다.
기준을 낮추는 것은 품질을 낮추는 것이 아니다.
문턱을 낮추는 것은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지금은 모두가 ‘기준’을 말할 때,
누군가는 ‘기회를 말해줘야 할 때’다.
‘구직단념자 증가’의 원인은 단순히 공고가 없는 게 아니다.
공고는 있지만, 그 문턱이 너무 높고,
기대에 도달하지 못한 청년들이 스스로를 포기하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기업은 위험을 회피하고자 기준을 높이고,
정부는 형식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청년은 그 사이에서 시간도 기회도 자존감도 잃어버리고 있다.
이제 우리는 구직자에게 묻기보다,
이 구조를 만든 시스템에 먼저 물어야 한다.
“왜 이토록 많은 청년이 스스로를 포기해야만 했는가?”
'구직단념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직단념자 양산하는 구조: 비정규직 경력이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 (0) | 2025.08.03 |
---|---|
구직단념자의 자존감을 지키는 4가지 루틴: 하루를 다시 회복하는 실천법 (0) | 2025.08.03 |
심리학자가 본 구직단념자, 자존감은 어떻게 무너지고 회복될 수 있는가 (0) | 2025.08.03 |
청년 구직단념자, 부모님과의 갈등은 왜 생기고 어떻게 이어지는가 (0) | 2025.08.03 |
구직단념자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다를까? 현실 밀착 취재 (1) | 2025.08.02 |